[마을일에 언제나 앞장서다]

도장 마을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도장리 민속 보존회’와 ‘도장 농우회’이다. 2012년 12월 22일에 열린 “2012 도장골 밭노래 한마당 축제”날 마을 회관에는 축제를 축하하기 위한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거기에는 축제의 주최는 도장리 민속 보존회, 후원은 화순군, 화순군 의회, 도장 밭노래 마을 영농 조합 법인, 도장리 부녀회, 도장 농우회라고 적혀 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농촌체험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아이들을 위한 마을 보물찾기 결과 발표회’의 현수막에도 도장리 민속 보존회 후원이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농민 운동과 연결되어 있는 도장 농우회]

다른 마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두 조직은 어떤 일을 해오고 있으며 언제부터 시작되어 활동하게 되었는지를 두 조직에 처음부터 참여해 온 김성인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농우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묻자 “농우회와 농민 운동은 같이 연결되어 있죠.!” 라는 대답이 이어진다.

1980년대 초에 도장 마을 젊은이들은 청년회를 조직해서 마을청소도 같이 하고 초상이 나면 협조하는 역할을 한다. 마을문고를 만들어 마을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공부도 시키고 풍물도 가르치는 일을 병행한다. 마을문고를 만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퇴비 만들기, 모심기, 벼베기 등을 열심히 했던 일은 지금도 생생하다. 청년회 회원들이 앞장서서 인근에서는 가장 먼저 마을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릴 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정류장도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마을 가꾸기에 치중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농촌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민 운동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중 1983년 무렵 카톨릭 농민회와 연결되어 농협 조합장 직선제 쟁취를 위한 서명 운동을 벌였는데 탄압이 심했다. 당시 화순 천주교 신부님이 미사 시간에 성도들에게 그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감동적인 강론을 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서명에 참여한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당시 서명 운동을 주도한 김성인 씨는 경찰에 연행되어 갖은 회유와 협박을 당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청년회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자각과 함께 농민회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그런데 당시 농민회하면 관에서는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농우회’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1984년 여름 무렵 백파정, 마을 사랑방 등에서 모임을 하면서 마을 농민회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점쟁이도 조직이 있고 미용사, 이용사도 조직이 있는데 농민들만 조직이 없다. 농민회도 조직을 만들자고 했죠.”(김성인)

이렇게 시작하게 된 농우회는 마을에서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12명의 회원이 참여한다. 이때부터 매달 월례 회의를 하고 있는데 한 번도 거른 적 없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여년을 지속해오면서 일부 회원들은 돌아가시고 일부 회원들은 변경이 되어 현재는 8명의 회원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김기종, 김복도, 김성인, 김완순, 김천호, 박이순, 형명구, 형선근 등이다.

도장 농우회는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운동을 벌였다. 마을 부녀회에서 새마을 가게를 운영할 때 도장 농우회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서 회계 처리를 해주고 그 성과로 1990년대에 마을의 논을 구입할 수 있었다.

농우회 중심으로 수세[물세] 싸움, 수매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서울까지 데모를 하러 갈 때도 있었다. 고추 수매 투쟁을 인근 마을 청년들과 함께 벌여 승리로 이끌었던 일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일이다.

“동네마다 고추 값이 500원으로 떨어졌어요. 그런데도 행정이나 농협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을 설득해서 팔지 말고 면사무소에 갖다 주자고. 마을마다 돌면서 마을 방송 마이크를 안 줄라고 하니까 억지로 뺏어갖고 방송했어요. 그래가지고 도암면 각 마을에서 싣고 온 고추 삼만 근 정도를 면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도암 면사무소 사무실 안에 차곡차곡 쌓았어요. 면사무소가 가득 찼지요. 그리고는 솥단지까지 가지고 면사무소에 올라가서 우리는 이제 여기서 살란다. 알아서 해라. 계속 집회하고 노래 부르고 꽹과리 치고 하니까 직원들도 깝깝해 불죠. 그 사람들도 농민들 생존이 달린 문제라 함부로 할 수가 없었지요.”(김성인)

결국 화순군수가 나서서 면사무소에 쌓인 고추를 전량 수매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농가에 남은 고추를 수매하기 위한 각 마을 별 수매량 배정도 농민회에서 주도적으로 하여 고추수매 싸움은 농민회의 온전한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도장 농우회, 마을 민속 문화 지킴이를 자처하다]

도장 농우회는 설립 초기부터 마을 민속 보존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처음에는 농우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잊혀져 가는 「상여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상여 소리」에 뛰어났던 김종택 씨를 초청해서 마을 회관에서 「상여 소리」를 배웠다. 그 과정에서 할머니들이 부르는 민요도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우회 회원들은 노래를 잘 하는 고 김아님 씨, 나순례 씨를 비롯해 마을의 어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녹음을 하고 채록을 했다. 비록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당시 녹음했던 아날로그 테이프를 지금까지도 보관하고 있다.

[도장리 민속 보존회가 결성되다]

1989년 말에 광주 『빛고을 신문』 기자가 도장 농우회에서 민요를 지키기 위해 활동한다는 내용을 기사화 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방송국에서도 찾아오고 신문사에서도 찾아오면서 도장 마을은 외부에 알려지게 되었다. 민요 외에도 풍부하게 존재하는 마을 민속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해 1996년 도장리 민속 보존회를 결성되게 된다.

그 후 도장 농우회와 도장리 민속 보존회가 주축이 되어 마을 축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는 물품들과 자료를 모아서 마을 축제 때 전시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회원들과 주민들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대안으로 출향 인사들까지 도장리 민속 보존회에 끌어들일 계획을 갖고 있다.

도장 농우회와 도장리 민속 보존회의 발자취는 농촌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마을 사람들의 삶을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이며, 마을의 민속문화를 소중하게 지켜가기 위한 실천들이 모여 뜻있는 마을 역사를 만들어가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정보제공]

• •  김성인(남, 1958년생, 도암 역사 문화 연구회장, 도장 밭노래 마을 영농 조합 법인 총무)
• •  박이순(여, 1938년생, 도암면 도장리 도장 마을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