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5004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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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信仰 |
영어음역 | maeul sinang |
영어의미역 | village worship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남도 진도군 |
집필자 | 나경수 |
[정의]
마을민이 중심이 되어 마을을 수호해주는 것으로 믿어지는 마을신에게 연중 일정한 날을 잡아 제사를 모시는 민간신앙의 한 형태.
[개설]
마을신앙은 마을 사람 전체가 주체가 되는 전통적인 공동체적 신앙의 하나로, 대상 신격과 그 범위 및 형태에 따라 무속신앙이나 가정신앙 등 다른 신앙과 구분되는 민간신앙의 한 유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개 자연마을 단위로 마을신앙이 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현상을 보이지만, 진도의 경우는 나름대로 특징적인 마을신앙의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마을민 전체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참여하며, 모셔지는 대상신 또한 마을 전체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그 범위가 명확하다.
전국적으로 마을신앙이 전승되는 마을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 추세는 진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마을에 따라서는 전승이 단절되었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 모시기 시작한 곳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신앙행위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또한 현재 전승되고 있는 마을이라 하여도 과거에 비해서 약화된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마을이 많은 실정이다.
[현황]
현재 민간신앙이 전승되고 있는 실태를 보면, 진도읍을 중심으로 하여 고군면, 군내면, 의신면 등 동부권은 비교적 전승이 높고, 조도를 포함해서 임회면과 지산면은 전승력이 크게 약화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마을신앙이 마을을 단위로 하는 가장 큰 행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마을신앙과 관련된 부대적인 행사들이 감소되거나 아예 없어진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정초에 모시는 동제의 경우는 걸궁이나 줄다리기 등 축제적 분위기를 돋을 수 있는 부대적인 행사가 동제와 함께 수반되었지만, 지금은 이러한 행사는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또 마을에 따라서는 무당을 불러 거리제를 지내는 곳도 있었지만, 이 역시 현재는 발견하기 어려운 사례이다.
[종류와 형태]
마을신앙은 그 범위가 이미 정해져 있지만, 진도의 경우 신앙의 전체적인 양상이나 목적, 또는 역사에 따라서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마을신앙은 구체적인 제의의 형태로 수행되는데, 신앙의 목적에 따라서 제의 형태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진도의 마을신앙을 그 목적을 근거로 하여 분류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동제
우리나라에서 동제는 가장 흔한 마을신앙이다. 동제는 마을과 마을민 전체의 안녕, 그리고 농사의 풍년 등 포괄적 목적으로 위해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역에 따라서 그 명칭이 달리 불리기도 한다. 기호 지방에서는 도당제, 강원도 지방은 성황제, 영남 지방은 골맥이제, 그리고 호남 지방과 영남 남서부 지방은 당산제 등으로 불린다.
호남 지역에서는 다시 내륙 지역은 당산제, 도서해안 지역은 당제라고 부르는 곳이 많다. 제사를 모시는 날짜도 내륙 지역은 정월 대보름을 즈음하여 모시는 경우가 압도적인 데 반해서, 도서해안 지역은 정초에 모시는 마을도 많아서 대조적이다.
2. 충제
충제는 병충해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모시는 마을제사이다. 주로 여름철에 제사를 모시는데, 진도에서는 대개 6월에 제사를 지냈다. 마을에 따라서는 매년 모시는 곳도 있지만, 특히 병충해가 심한 해에는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모시기도 하였다. 충제의 경우도 동제와 같이 모시는 장소는 거의 일정하다.
3. 기우제
기우제는 기청제와 함께 날씨와 관련된 제사이다. 오랫동안 비가 오면 기청제를 모시고,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모신다. 요즈음은 관개시설이 발달하여 거의 단절된 마을신앙이다. 기우제는 관청에서 주도하는 경우도 있었고, 무당이 굿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명당을 파묘하면 비가 내린다는 속신에 따라 주로 여자들이 호미를 들고 명당에 쓴 무덤을 파헤치는 주술적인 방식의 기우를 행하기도 하였다.
4. 도깨비굿
도깨비굿은 원시성과 주술성이 매우 강한 형태의 마을신앙으로, 주로 진도에서 발견된다. 정기적으로는 매년 정월 대보름 전날 밤에 행하고, 부정기적으로는 마을에 전염병이 돌 때 여자들로 구성되어 행한다.
여자들이 쇳소리를 낼 수 있는 것들을 두드리면서 마을 골목을 누빈다. 선두에는 여성의 달거리 혈흔이 있는 속곳을 작대기에 꼽아 흔들면서 대열을 이끈다. 일정한 시간이 끝나면 마을 동구 밖 일정한 곳에 가서 속곳을 버리고 일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뜀박질을 하여 마을로 돌아온다. 이것을 “굿낸다”고 한다. 굿은 옛날 우리말로 귀신이기 때문에 잡귀를 마을 밖으로 방축한다는 의미를 지닌 주술적 행사이다.
5. 여제(厲祭)
본래 여제는 관청에서 주재하는 제사였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관제가 약화되면서 거의 없어지게 되는데, 진도에서는 특수하게 민간에 수용되어 모셔지게 되었다. 주로 진도읍에서 전승되어 왔다.
정월 보름에 동제를 모시고 나면 진도읍 사람들은 귀신을 몰고 진도 북산 밑에 있는 여제당으로 몰려간다. 여제당에 이르러 간단히 제사를 모시고 신당의 문을 잠구어 귀신을 가둔다. 그러나 농사가 끝나는 가을에는 귀신들이 돌아다니면서 얻어먹고 다닐 수 있도록 신당의 문을 열어준다.
6. 갯제
갯제는 일종의 풍어제로서 해안 및 도서지역에 전승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용왕제라고도 부르며, 주로 대보름 전야나 대보름 아침에 지낸다. 진도의 바닷가 마을에서도 바다 일이 잘 되기를 소망하면서 모시는 지역이 많다.
마을사람들 중에 배가 있거나 바다에서 소득을 얻는 가정에서는 바닷가에 제상을 가지고 나와 늘어놓고 각자 소망하는 바를 비는 유형도 있고, 또 동제를 모시고 나서 바닷가에 도깨비가 좋아한다고 하는 메밀떡이나 메밀묵을 뿌리면서 모시는 유형도 있다.
[동제의 유형과 현황]
마을신앙의 여러 유형과 형태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대표적인 것은 동제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동제는 다음과 같은 유형별 분류가 가능하다. 진도의 경우 역시 아래와 같은 준거에 따라 동제가 구별된다.
• 날짜: 고정형, 택일형
• 횟수: 1회형, 2회형, 다수형
• 신의 수: 단수형, 복수형
• 신단의 형태: 당집형, 수목형, 제단형, 신앙물(장승·솟대·입석)형, 복합형
• 제의의 수행 양상: 풍물형, 제사형, 무속형, 복합형
• 주재하는 성별: 남성형, 여성형, 혼성형
동제는 주로 정기적으로 일년에 한번 모시는 곳이 많으며, 연초에 날자가 고정되어 있는 예가 많다. 진도에서는 정월 초사흘 안에 모시는 곳과 대보름에 모시는 곳이 일반적으로 많고, 특별히 2월 1일에 모시는 곳도 있다.
모시는 신은 마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대개 2위 이상의 신격을 모시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진도의 경우는 다른 지역에 비해 소위 거리제가 극히 비대해진 예를 많이 본다. 그래서 동제 자체를 거리제라고 하는 곳도 많다. 거리제는 길을 떠도는 불특정 다수의 불쌍한 귀신들을 위해서 모시는 제사로서 고대의 팔관회, 불교의 수륙재, 유교의 여제와 기능이 비슷하다.
진도의 신체로서 가장 일반적인 것은 수목형이다. 마을에 당산나무가 있어서 평소에도 조심하며, 동제를 모실 때는 당산나무 앞에 제단을 마련하여 제사를 모시게 된다. 바닷가에 있는 마을에서는 신당을 지어 동제를 모시는 곳도 있다. 1970년대 중반에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당집 철거령이 내려지면서 훼철된 것이 많다. 그러나 최근 새로 당집을 지어 모시는 곳도 있다.
한편, 마을에 입석·솟대·장승·미륵 등 별도의 신앙물이 존재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여기에 제사를 모시지는 않는다고 하여도, 이들이 모두 마을신앙을 지탱해주는 신격들인 셈이다. 또 한 곳에서만 제사를 모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신체가 한 마을에 공존하고 있어 여러 형태의 신단이 존재한다.
진도는 민속예술, 특히 민속음악이 발달한 곳이다. 그래서 동제를 모실 때도 풍물이 참여하여 당굿을 치는 곳이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풍물이 약화되었으며, 그나마 형식적으로 당굿을 치면서 동제를 올리는 곳이 많다.
진도의 동제는 여타의 지역과 같이 남성 위주로 진행된다. 제관을 선정할 때부터 여성은 절대 배제되며, 제사를 모시는 과정에서도 여성의 참여는 금기시 된다. 그러나 최근 주민의 감소로 인해 제관을 따로 선정하기보다는 이장을 비롯하여 마을의 지도자급들이 동제를 관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더불어 여성들이 제사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전통적인 동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어서 현재는 여성을 배제하는 풍습이 약화되고 있다.
[동제의 구성과 진행]
동제는 최소한 5개의 구성적 요소를 필요로 한다. 첫째는 신격이며, 둘째는 제관, 셋째는 제물, 넷째는 제사, 다섯째는 뒷풀이이다. 신격은 이미 마을에 정해져 있지만, 제사를 모실 제관을 뽑는 일은 매년 반복된다. 대개 마을회의에서 제관을 할 만한 사람을 협의하여 뽑는 경우도 있고, 또 생기복덕을 보아서 적임자를 뽑는 경우도 있다.
제관으로 선정된 사람들은 제사를 모시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금욕생활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남자만을 제관으로 선정했으나 요즈음은 인구 감소 및 기피 현상으로 인해서 여자들을 제관으로 선정하는 마을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물은 매우 정갈하면서도 간소하게 준비한다. 동제의 제물은 특별히 가릴 것은 없지만, 집안의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비해 간소하다. 제관을 선정할 때 제수를 장만할 사람을 지정하지만, 최근에는 마을회관에서 부녀회 중심으로 제물을 장만하는 마을이 늘어가고 있다.
제사는 가정의 제사처럼 자시(子時)를 기준으로 하여 모시는 곳이 많다. 제수는 메와 탕을 제외하고는 낮에 미리 장만해 둔다. 제사의 절차『주자가례(朱子家禮)』에 따라 유교식 제차를 철저하게 지키는 마을도 있지만, 간소화하여 진행하는 곳도 있다. 진설을 하고, 술잔을 올리면서 절을 하고, 독축과 축문, 그리고 헌식과 음복으로 순서로 진행된다.
예전에는 뒷풀이가 근사했다. 동제를 모시고 나면 당일 밤에 마을 노인들을 대접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다음날 아침부터 마을회관에 마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뒷풀이가 이루어진다.
뒷풀이는 대개 음복과 놀이, 그리고 마을 총회 등으로 구성된다. 동제를 모시고 나면 제관들 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제사의 간접적인 주체이기 때문에 함께 모여 준비한 술과 음식을 나눈다. 이러한 뒷풀이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과 놀이이다.
진도는 특히 걸궁을 치며 노는 마을이 많았으며, 줄다리기 등을 하면서 즐기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걸궁이나 줄다리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도 동제가 끝나고 나면 마을 총회를 열거나 또는 동계를 치르는 곳이 많다. 이 자리에서는 마을의 제반사가 논의되며, 이 때 결정된 사항은 1년간 유효하다.
[특징]
진도는 민속적으로 다른 지역과의 차별적 특성을 많이 가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신앙도 일반적인 형태를 보이면서도 진도만의 독특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거리제가 중시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제 자체를 거리제로 통칭하는 마을도 많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신격을 모시는 것에 비해서 떠도는 잡귀를 모시는 거리제를 특히 중시하고 있다. 이는 진도의 지역적, 역사적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겠다. 지리적으로는 해안 지역이기 때문에 해상 사고로 해서 죽은 불쌍한 귀신들이 많다고 믿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많은 외침에 노출되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진도의 동제는 일종의 위령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도깨비굿의 실존이다. 현재는 거의 단절되어 버렸지만, 도깨비굿은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진도의 여권을 점쳐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유교 중심의 동제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제한되는 데 반해, 도깨비굿에서는 여성 중심의 의례적 행위가 수행되었다.
셋째, 충제의 전승력이 비교적 왕성하다는 것이다. 충제는 내륙 지역에서는 오래 전에 거의 자취를 감춘 마을신앙 중의 하나이다. 진도에서는 근래까지 충제를 모신 마을이 많고, 지금도 매년 모시는 곳이 있다. 이는 바로 진도 문화의 특성이기도 한 보수성의 근거로 보인다. 진도가 민속의 보고로서 자주 거론되는 까닭도 오래된 민속을 보존하고 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인데, 충제 역시 이러한 사례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넷째, 여제가 민간에서 모셔진다는 것이다. 조선 초기부터 불교의 수륙재를 대체하여 관주도로 모셔진 여제는 조선 후기가 되면 사라진다. 그러나 진도에서는 여제를 마을에서 받아들여 독특한 민간신앙의 한 유형으로 발전시켰다.
다섯째, 민속 음악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민간신앙 특히 동제는 풍류와 풍물의 산실로 기능하고 있다. 대개 마을에서는 동제를 모시면서 풍물패가 참여하여 당굿을 치고, 또 마당굿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따라서 동제는 종교적인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도의 민속 음악을 활성화시켜온 모태인 것이다.
[의의와 평가]
마을신앙은 개인의 의견보다는 마을 사람들 전체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에 훨씬 민감하다. 오늘날은 마을신앙을 통해서 복을 받는다는 적극적인 생각보다는 모시지 않으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소극적 신앙심이 오히려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와 전승 현황이 어떻게 상호 영향 관계를 이루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할 과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