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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향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102214
한자 -香氣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경상북도 영천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최은하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편찬|간행 시기/일시 2000년 8월연표보기 - 서하진 『라벤더 향기』 출간
성격 단편소설
작가 서하진

[정의]

경상북도 영천 출신 소설가 서하진의 단편소설.

[개설]

『라벤더 향기』는 영천 출신의 작가인 서하진의 세번째 소설집으로 2000년 8월 문학동네에서 출간했다. 서하진은 1960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현대문학』 신인상에 단편 「그림자 외출」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책 읽어주는 남자』·『사랑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라벤더 향기』·『비밀』·『요트』, 장편소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나나』 등이 있다.

[구성]

소설 『라벤더 향기』는 도시인의 일상생활, 그중에서도 사랑과 결혼의 과정을 통해 표출되는 여성들의 일탈하려는 욕망과 환상이 소설의 주된 관심 대상이다.

편모슬하에서 고학하며 자란 주인공이 한 남자의 애정을 받아들이지만 남자는 주인공을 배반하고 장관의 사위가 된다는 「저만치 누군가가 보이네」를 비롯해 단편 소설 10편이 실려 있다. 책의 구성은 단편소설 「라벤더 향기」·「모델하우스」·「기차가 지나는 마을」·「불륜의 방식」·「개양귀비」·「스케이드보드를 타는 남자」·「회전문」·「무월의 시간」·「종소리」·「저만치 누군가가 보이네」 등 10편과 백지연의 해설 “삶의 모욕을 견디는 불온한 사랑“, 그리고 작가 후기로 구성된다.

[내용]

「라벤더 향기」

어느 58평형 아파트 8층에 살고 있는 여주인공은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남편과 호주로 유학을 간 아이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소설 속에서 남편과 여자와의 관계는 참으로 무미건조하다. 남편은 사업을 하며 거의 매일 출장 중인 사람이고 여자의 아들은 여자가 가고 싶은 곳에서 유학 중이다.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인 여자에게 있어 유일한 낙은 베란다의 조화들을 가꾸는 것과 비디오 시청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벽을 통해 들려오는 아래층의 소리를 통해 남자를 관찰하게 되고,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와 함께 했던 시간에 한 차례의 교통사고를 내게 된다.

어느 날 여주인공의 남편을 찾아온 두 형사. 여주인공의 차는 뺑소니차로 신고되었던 것이다. 운전자가 남자였고 조수석에도 사람이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에 형사는 끈질기게 여주인공을 심문하게 된다. 하지만 남편의 전화한통으로 무사히 사태가 수습된다.

여자는 경찰에 출두하기 전 그녀답지 않게 서두르고 불안해한다. 경찰서에 출두한다는 여자의 말을 들은 남자의 얼굴도 붉어진다. 경찰서에 다녀온 후 여자는 남자에게 찾아간다. 남자는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남자는 결국 문을 열고 여자에게 별 탈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긴장을 푼다. 그러나 이후 여자는 벽을 타고 들려오던 소리들이 사라진 것으로 그 집을 떠났다는 것을 직감한다.

표제작 「라벤더 향기」는 작가의 전언이 가장 깊이 있게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안정된 가정, 일에 빠진 남편, 아래층 남자와의 불륜 등 상투적일 수도 있는 소설적 구도는 심야의 뺑소니 사고를 계기로 삶의 진상을 향해 달려간다.

그 진상이란, 불륜이라는 껍질 속에 숨겨진 허무하고 텅 빈 사랑의 실체에 다름아니다. 불륜이라고 하는 일탈의 욕망 속에 일상이 은폐시키고 있는 삶의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일탈에 깃들인 미망을 함께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 일탈의 진정성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을 이 작품은 냉정하게 포착하고 있다.

머릿속에 그리는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낯선 남자와의 정열적인 사랑 관계 역시 눈속임으로 더럽혀져 있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더러움을 깨친 눈으로 일상의 더딘 삶을 돌이키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에는 있다. 그러고 보면 서하진 소설에 무선 편견처럼 붙어 있는 ‘불륜 테마’가 기실은 하나의 냉정한 방법론이었음이 드러나는 셈이며, 이것만으로도 이번 소설의 문학적 의의는 튼실한 것이라 하겠다.

「모델하우스」나 「개양귀비」는 가정이라는 미망에 대한 서하진식 해부학이다. 어린 시절 가족의 흩어짐으로 상처받은 주인공에게 따뜻하고 안정된 결혼생활, 평상의 가정은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얻고 싶은 소중한 공간이었다.

남편의 첫 여자로 인해 힘겹게 이루어낸 가정을 포기해야만 하는 주인공에게 남는 현실은 단지 ‘모델하우스’일 뿐이다.

「개양귀비」에 등장하는 시어머니 역시 신혼 초부터 밖으로만 돌던 남편, 시아버지에게 빼앗긴 아이들 등으로 해서 삶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꽃을 가꾸며 살아간다. 그녀에게 가족, 혹은 가정이란 무엇이었을까.

「불륜의 방식」은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닌 채 불륜의 사랑을 감행하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불륜은 일상의 건조함을 견디는 방법이거나 자학의 방법으로 나타나는데, 작가는 불륜의 심각성을 조롱하며 삶의 한편에 그 마땅한 자리를 마련해주고자 하는 듯하다.

[의의와 평가]

등단 이후 일상 뒤편의 파괴적 일탈 욕망을 날카롭게 포착해온 서하진의 세번째 소설집 『라벤더 향기』는 주제를 드러내는 소설적 문법의 견고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견고함은 크게 보아 정제된 문제와 단단한 구성력으로 요약될 터인데, 일상의 아주 작은 사건들을 붙잡고 한발 한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음험한 악의와 비극적 진실 쪽으로 서서히 육박해가는 구성의 힘과 그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문체는 서하진 소설의 큰 매력이다.

이번 소설집에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백지연은 이러한 서하진의 소설을 두고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상당수의 소설들이 고백체의 글쓰기와 체험의 진정성을 내세우는 것에 반해 서하진 소설은 관찰과 묘사에 의거한 미학적이고 규범적인 글쓰기를 중시한다. 정련된 문학적 비유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는 서하진 소설이 지닌, 고유한 장기라고 할 수 있다" 고 지적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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